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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지적지 가시세워 순결을 경련하면서"
<새벽을 깨우리로다> 목천의 시 ‘오월 찔레가시’
 
시인 / 沐川 정 병 렬 기사입력  2009/05/19 [06:06]
 
 
   
   


      < 찔 레 가 시 > 

  
     오월은 찔레가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자백 한마디가 찔룩찔룩



     죽었던 푸른 피 죄다 살아나서 

     찔레 덤불 하얗게 웃는

     찔레꽃 오월

 
     빗방울 하나에도 들끓는 청춘

     푸른 영혼이

     찔룩찔룩 




  잔인한 달 4월을 지나니, 오월은 온통 푸르름에 싸였다. 푸른 찔레가시 아프게 설레는 마음, 한사코 푸른 마을 푸른 골목으로 골목으로 줄달음질치는 것은 웬일일까. 겨울날 하얀 눈을 맞으며 무작정 흘러가보듯이 철벅철벅 개울 따라 푸른 잎새 어우러진 찔레덤불을 헤치며 푸르름 속으로 들고 싶은 심정을 어이하랴.

  저리도 청춘을 구가하는 대자연 앞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내 뱉을 수 없는 벙어리, 이 외로운 짐승이 그나마 겨우 끙끙거림은 다행히도  찔레가시에 찔렸기 때문이 아닌가.

  가자. 오월의 여왕 메이퀸이 살랑대는 옷깃에 스쳐서 오월궁전을 거닐러 가슴 답답함 다 풀어서 가자구나. 찔레가시 찔려서 찔룩찔룩 누군가 사랑했노라고, 진정 사랑하겠노라고 나를 통통 털어서 속 시원히 고백하는 길 가자.

  이왕이면 흥얼대는 노래 찔레꽃처럼 짙푸른 삶의 향기 풍기는 길을 가자구나, 가자구. '어렵다', '외롭다' 말을 말고, 오월 부끄럽지 않게 오월이랑 함께 가자구나.

  찔레덤불에 뛰어들어 몸을 맡기면, 찔레가시 찔룩찔룩 눈물인가 핏방울인가? 뜨겁게 솟구치는 오월의 아들! 내가 생생히 살아있음에 나 자신에게 감사하며 가자구나, 가자구. 

▲ 언덕이건 개골창이건 그 어디서건 살붙인 자리, 세상 험하다고 덕지덕지 가시를 세워 푸르청청 순결을 경련하면서 하얗게 웃음꽃을 피워내는 저 찔레꽃 오월 천사의 얼굴 앞에서 제발 얼굴 찡그리지 말아야지. 
오월의 여왕과 더불어 행복한 이 한철을, 아웅다웅 다투지 말고 푸르름에 귀 기울이며 이 푸르름 한 도막을 잘라내어 누군가에게 선사할 수 있다면, 이 좋은 한때의 푸른 꿈을 수놓은 생생한 삶의 얼굴인 오월을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 먼저 선물할 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으랴! 

  나는 적어도 오월 찔레 앞에서는 '어렵다', '외롭다'는 말을 거두련다. 언덕이건 개골창이건 그 어디서건 살붙인 자리, 세상 험하다고 덕지덕지 가시를 세워 푸르청청 순결을 경련하면서 하얗게 웃음꽃을 피워내는 저 찔레꽃 오월 천사의 얼굴 앞에서 제발 얼굴 찡그리지 말아야지. 

  우리가 불러야할 오월의 노래는 죽어서도 변치 않을 영원한 청춘예찬이자 인생예찬이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 아직 눈떠 보이느니, 저 드넓은 하늘아래 꿈꾸고 젊어지는 오월 들길을 여보게나, 바로 우리 오늘 손잡고 걸어보지 않으련?

  돌이라도 깨물고 공중으로 화살을 쏘아대던 그 녀석들 다 어디로 갔는가. 벼랑 같은 빙산을 녹여 돛단배를 띄우던 그 뜨거운 가슴 지금은 다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바비큐를 뜯고 깡 소주를 마시며 사랑의 찬가를 불러대던 모닥불이랑 어깨동무 그리운 그림자들, 삶의 낙원을 그리며 거리를 질주하던 그 물결 물결, 꽃보다 아름다운 글래머들 목소리, 그 눈빛, 그 살 냄새, 지금은 어느 하늘 어느 바다에다 몸 다 풀었는가.

  오월에 서면 그립다. 바로 어저께인데 어버이도 아저씨도, 멩곤이도 현식이도 다 사라져간 그림자, 지금은 허물려 어디에 스몄을까. 산들바람 풋풋한 들길에 서면, 찔레가시 찔룩찔룩 오월 푸르름으로 돌아온 그들을 본다.                                   




▽ 정병렬 시인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표현' 신인작품상 수상 
  詩集 '등불 하나가 지나가네' 
  '물 길어 가는 새떼들'



 
 

 
기사입력: 2009/05/19 [06:06]  최종편집: ⓒ 화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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